2008년 11월 16일
책과 가치.
밸리에는 올리지 않고 제 생각만 간단히 써봅니다.
논리의 전개에 앞서, 저는 일단 분서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마다 사물에 매기는 가치는 각각 다릅니다.
- 음악을 예로 들어볼까요?
락은 쓰레기다, 클래식은 고루하다, 데스메탈은 반인륜적이다, 국악은 듣보잡이다.
발라드는 재미없다. 댄스는 식상하다.
- 게임은 어떤가요?
RPG는 너무 지루하다. FPS는 적응안된다. 시뮬레이션은 너무 난해하다. 야겜은
그냥 쓰레기다.
- 책은 어떤가요?
신문이나 잡지는 그저 일회용품이다. 소설은 시간낭비다. 백과사전은 쓰레기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위처럼 사람마다 매기는 가치는 각각 다를겁니다.
(물론 제 가치관과는 전혀 다릅니다)
분서사건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은 정답이 없는 '가치판단'에 따른
이견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런 논쟁에 있어서 단어의 사용과 논리의
전개는 신중해야 마땅한데도 그들은 아주 신랄한 어조로 비아냥거리고 상대방의
가치를 깎아내리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뭐랄까 성숙한 태도로 볼수만은 없습니다.
양 쪽 다 마찬가지입니다. 분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쓰레기' 취급하고
있고, 분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우상숭배, 도서교'같은 말들로 되받아치죠.
뭐, 이러건 저러건 말건 상관없다는 분들이 현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처음에 분서사건을 접하고는 '책을 읽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매도했었
습니다. 반성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하나의 화두가 되어 제 머리속을 맴돌았습
니다. 제가 분서사건을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책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것은 제각기 사람들마다 다를지언정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게 아닌가?
- 지금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은 진시황이 책을 불태웠던 행위와 뭐가 다른가?
어차피 일개인의 가치판단으로 책을 불태울 수 있다면, 진시황이 책을 불태우는
행위를 비난할 수 없는 논리가 되지 않는것 아닌가? 그가 유학자들도 같이 태웠
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말이다.
- 더욱이, 어떤 특별한 상황, 예컨대 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던가 캠프파이어를 한다
던가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 일종의 퍼포먼스로 책을 태웠다? 에라이 몹쓸 것아!
지금에 와서야 니가 책을 태우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님들이 주장하는 대로 저는 도서교에 속하는 입장이고, 제가 할 수 있는한
계속 책을 모을거니까요. 저는 책 하나 빌려주기 싫어서 친구랑 절연할 뻔한 사람이고,
지금도 책 하나 빌려준게 돌아오지 않아 마음 아파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15년전
사모았던 책들을 엄마가 버려 진짜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고, 책이 서가에 가득한
것으로 모자라 이곳저곳에 기이하게 쌓여있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몇 년이 안되서 절판되는 책들은 구하기도 힘듭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안팔
리는 책들은 사장되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인문학 책들의 가치가 너무나 평가절하되어
있는 지금 시대에 사라지는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책은 출판되면서부터 그 생명을 가지
기 시작합니다. 지식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쓰레기 같은 작품에서도 배울 점
이 있다는 것은 제 가치관입니다.
저는 원래 제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기 싫어하고, 남의 가치관에 강요받기도 싫어합니다.
그러나 제가 주로 애용하는 도서 밸리에 그런 글들이 떠돌길래 문득 감회가 떠올라 글을
써봅니다.
# by | 2008/11/16 12:07 | 일상사 | 트랙백 | 덧글(1)

















